'경쟁-특별부문'에서 'A-리스트'로: 약 30년 만에 도달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좌표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로고<출처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칸·베를린·베니스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 2026년 3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새롭게 도입한 인증 체계에서 부산이 'A-리스트' 영화제로 공식 선정된 것이다. ‘A-리스트’는 전 세계 49개 FIAPF 공인 영화제 가운데 17곳에만 부여된 최상위 등급이며, 해당 등급을 부여받은 것은 한국 영화제로는 유일한 사례이다.
데이터가 증명한 BIFF의 가치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FIAPF의 인증 체계 전면 개편이 있다. FIAPF는 ‘경쟁 부문 유무’로 영화제를 분류하던 기존 방식을 폐지하고, ▲작품 선정 역량, ▲산업 연계 활동, ▲언론·홍보 효과, ▲관객 규모 등 4개 항목의 2년간 데이터를 종합해 영화제의 국제 영향력을 평가하는 신규 기준을 도입했다. 이는 약 20년 만에 이루어진 대대적 개편이다.
기존 FIAPF 체계에서 BIFF는 '경쟁-특별부문(Competitive Specialised)' 카테고리에 속해 있었다. 칸·베니스 등 전 부문 경쟁 영화제가 포함된 최상위 그룹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층위였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라는 실질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분류상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했던 셈이다. 이번 ‘A-리스트’로의 진입은 BIFF가 지난 30년간 쌓아온 영화제로서의 역량이 비로소 공식적인 인증을 획득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BIFF는 새로운 기준 아래에서 영화제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하였다. 지난 2025년 개최된 제30회 BIFF에서는 328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약 23만 9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BIFF 연계 산업 행사인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는 54개국 1,222개사 관계자 3,024명이 참가했다. 특히 2025년 창설 30주년을 맞아 도입한 공식 경쟁 부문 '부산 어워즈'는 아시아 영화를 대상으로 5개 부문을 시상하며, BIFF가 단순한 상영 플랫폼을 넘어 작품을 평가하고 선별하는 영화제로 진화하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A-리스트 진입 이후의 과제
1996년 창설, 이듬해 FIAPF 공인, 2018년 영화제위원회 합류, 2025년 경쟁 부문 신설, 그리고 2026년 A-리스트 선정까지 — BIFF의 지난 30년은 '아시아 신인 감독 발굴 플랫폼'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A급 영화제'로의 성장 스토리였다.
다만, 같은 A-리스트 안에서도 각 영화제의 산업적 무게는 동일하지 않다. 칸의 황금종려상이 작품의 국제 배급과 흥행에 직결되는 권위를 갖는 데까지 수십 년이 걸렸듯, BIFF가 수상작에 실질적인 시장 가치를 부여하는 '권위 있는 영화제'로 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BIFF는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그 흐름을 '정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어떤 아시아 영화가 주목받아야 하는지, 아시아 영화의 다음 방향은 무엇인지 등 심층적인 담론을 주도할 수 있을 때, A-리스트 진입이라는 성과 역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헤럴드경제, “BIFF, 칸·베니스와 어깨 나란히…국제 영화제 ‘A-리스트’ 선정”, 2026.03.16
연합뉴스, “BIFF, 국제영화제작자연맹 A-리스트 선정…칸·베를린과 나란히”, 2026.03.16
씨네 21, “부산국제영화제, FIAPF, ‘A-리스트(A-list) 영화제’로 공식 선정!”, 2026.03.16
씨네플레이, “한국 영화제 유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국제영화제작자연맹 'A-리스트' 선정 쾌거”,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