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인》, 한한령 이후 얼어붙은 중국의 문 여나

《세계의 주인》 공식 포스터 <출처 KoBis>
2016년 한한령(限韓令) 이후, 중국 시장의 문은 닫혀 있다고 여겨져 왔다. 한국 영화의 중국 내 공식 상영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었고, 정부 간 협의나 공동제작 등의 제도적 경로도 좀처럼 작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윤가은 감독의 영화 《세계의 주인》이 중국의 문을 두드렸다. 베이징 국제영화제가 오는 4월 16일 윤가은 감독의 영화 《세계의 주인》을 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한 것이다.
《세계의 주인》은 지난 2025년 제9회 핑야오 국제영화제에서 로베르토 로셀리니상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심사위원과 관객이 선정하는 두 상을 모두 수상한다는 것은 《세계의 주인》이 예술적 완성도와 대중적 호소력을 겸비한 영화라는 점을 시사한다.
영화 속 열여덟 살 여고생 이주인(서수빈 扮)은 평범하고 발랄한 소녀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같은 반 친구 수호(김정식 扮)가 동네에 이사를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성범죄자의 이사 반대 서명을 주인에게 요구하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주인은 "’피해자가 평생 고통받으며 살아간다’는 서명 문구에 동의할 수 없다”며 홀로 서명을 거부하고, 그 선택은 결국 수호와의 충돌로 번진다. 교장실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게 된 주인은, 몇 년간 누르고 참아온 분노와 회한을 마주하게 된다. 청춘 영화의 발랄한 외피 아래, 한 소녀가 끝까지 지켜낸 존엄과 자기결정의 이야기가 깊고 두텁게 자리하고 있다.

《세계의 주인》 스틸 <출처 KoBis>
베이징 국제영화제 측은 《세계의 주인》에 대해 "윤가은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여성적 시선으로 소녀들의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 "세상이 그들을 규정하려 할 때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되기를 선택하는 과정." 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세계의 주인》의 베이징 국제영화제 초청 성과는 향후 중국 진출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되지만, 변수도 남아 있다. 한한령이 공식적으로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극장 상영까지는 여전히 정치적 변수가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막혀 있다고 믿어온 중국의 문이, ‘콘텐츠의 힘’으로 두드려질 수 있다는 것.
참고자료
문화일보, “‘세계의 주인’ 베이징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2026.03.09
연합뉴스, “윤가은 '세계의 주인' 베이징국제영화제 초청…中 개봉 기대감”, 2026.03.09
Arte, “끝없는 절규를 존엄으로 바꾼 한 소녀의 이야기 '세계의 주인'”, 2025.10.27